0.

간만에 생각나서 블로그에 들어왔는데, 여전히 많은 분들이 캐나다 게임회사로 검색해서 이 블로그를 방문해 주셨다.

책임감 없는 주인장은 바쁜 일상에 블로그의 존재 자체를 잊고 살았는데.. 진작 광고부터 붙일껄(음?)


다 잊고 있던 블로그에 갑자기 돌아온 이유는 큰 뉴스가 생겨서 인데, 

제목에서 이미 다들 아셨겠지만..... "저 이직해요!"

밴쿠버에 온게 15년도 중순, 여기서 직장을 잡은게 16년도 초. 그리고 올해에는 정말 불가능할것만 같았던 이직까지 한다.

회사 이름을 밝힐수는 없지만, 더 까먹기 전에 정리해 둘 필요가 있을것 같아서, 

그리고, 그러기엔 블로그가 최적일것 같아서 지금부터 간단히 정리해보려고 한다.

결론을 알고 시작하는 이야기라 그닥 재미있을것 같지는 않지만, 간단한 경험 공유의 차원으로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다.


1.

첫 회사에 출근해서 다니기 시작할땐 몰랐던 단점들이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시간이 갈수록 수면위로 올라왔다.

2년정도면 충분히 다닌것도 같고, 슬슬 이직을 생각해봐야 하나 하던 차에 몇달전 캡콤 밴쿠버가 문을 닫았다. (관련기사)

100명이 넘는 많은 개발자들이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되었고, 밴쿠버 게임업계가 한동안 그 이야기로 시끌시끌 했다.

그리고 나는 본격적으로 이력서를 다듬어서 여기저기 지원하기 시작했다.

아니 방금 100명정도가 실직자가 되었다면서, 다들 직장 잡을려고 난리일텐데 왜 지금 구직을 하지? 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상황은 안좋지만 혹여나 우리 회사가 캡콤과 비슷한 상황이 되어 내가 실직자가 된다면.. 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서

더 늦기전에 준비해야겠다 싶었다.


2.

실제로 이직하는건 쉽지 않았다.

쉬울꺼라고 예상하고 시작한게 아니긴 했지만 정말 너무 자리가 없었다.

기회가 된다면 다른 글에 설명하겠지만, 최근 직업군을 바꾸려고 새로운 타이틀(TA)을 달았는데, 이게 구직을 더 어렵게 했다.

구인구직 시장의 시점으로 생각해보면 나는 이쪽 직업군에서 완전 초짜고 이제막 시작해서 배우기 시작한거라,

그럴바엔 경험많은 사람을 구하는게 훨씬 나은 선택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존의 커리어로 되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내가 내세울꺼라곤 3D아티스트로 5년정도 일해온거랑 예전에 게임을 런칭한적이 있었다는것, 유니티에 익숙하다는것 정도뿐이다.

링크드인에 job에 들어가서 알림을 설정해놓았다. 관련 키워드가 들어간 구인공고가 올라오면 나한테 메일이 오게 했다.

한동안은 알림이 오는대로 거의다 이력서를 넣었다.

그래도 여전히 연락이 오는데는 거의 없었고 그나마도 면접후 탈락이었다.


좋은 사람들이 하나 둘씩 회사를 나가고 그 사람들이 다른 동료들을 스카웃 해 가고 (사실은 이러면 불법입니다..)

다들 회사가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기 시작하곤 나처럼 적극적으로 회사 밖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친했던 동료들을 거의 다 보내고 나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3D아티스트일 계속 해야하나 고민도 많았다.


3.

몇주전 한 회사에서 이메일을 받았다. 내가 보낸 이력서를 잘 받았으며, 여전히 지원하고 싶은 의사가 있다면 전화(화상)인터뷰를 해보자는것.

오? 나는 신나서 이메일을 보낸 회사 이름을 보는데 기억에도 없는 회사였다.

뭐지 블랙메일인가 싶어서 회사 이름을 검색해보니 어렴풋이 내가 이력서를 보낸 기억이 났다. 한꺼번에 너무 많이 여기저기 보내다보니...

암튼 답신을 보냈다. "여전히 지원할 의사가 있으며, 00일 00시 쯤에 전화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회사 정보를 체크해봤는데.... 두둥... 밴쿠버가 아니었다.... 캐나다는 맞는데 다른 주.. 이게 왠 날벼락? 

회사 기본정보도 확인안하고 이력서를 넣어서;; 어쩌다 이런 사태가...

그래도 면접보는것만으로도 나한테 연습이 될테니 일단은 전화면접은 봐보자 싶어서 회사 반차를 쓰고 집에서 화상통화 면접을 보았다.


4.

화상통화로 여전히 스카이프를 쓰는 회사가 많긴 한데, 이 회사는 나한테 어떤 프로그램을 쓰고싶은지 물어보았다. 

행아웃이 편하다 답했더니 행아웃으로 진행되었다.

통화가 연결되니 아트디렉터와 시니어 테크니컬 아티스트가 앉아있었고 뒷배경을 보아하니 사무실인거 같았다.

면접을 시작하려는데 묘하게 화질이 깨지고 목소리가 끊겨서, 저쪽에서 인터넷 연결을 다시 설정하느라 시간이 약간 지체되었다.

질문은 대부분 평범한것들. 그리고 약간의 테크니컬한 질문들.

이전 회사에서 어떤 일을 했으며 어떤 툴이 익숙한가.

어떤 스타일의 작업을 선호하는가.

최적화 작업은 어떤 툴로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진행했는가.

마야 or 맥스?

스크립팅 or 노드?

강아지 좋아하나(????) - 북미쪽엔 사무실에 멍멍이가 있는 경우가 많아서인듯.


그리고 단골코너, "회사에 대해서 다른 질문 있으세요?"

거기에서 어떤 게임을 개발할지, 혹은 개발하고 있는지가 궁금해서 그쪽으로 이것저것 물어봤다.

근데... 설명을 듣는데, 

그 개발 계획에 한눈에 반해버렸다. 앞으로 만들어 갈 그 게임이 이때까지 내가 정말 해보고 싶었던, 만들어 보고 싶었던 게임이었다.

솔직히 그 다음부턴 내가 너무 흥분한 채 "이런 게임 정말 만들어보고 싶었다" 는 말을 한참 반복한거 같다.

그리고 실사그래픽과 스타일리쉬그래픽의 장단점같은걸로 10분정도 토론하다가 시간이 다되서 면접을 마무리 했다.

나 끝나고 나서, 개인적으로 제법 느낌이 좋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좀 바보같아 보였을거 같은데... 열정으로 받아들였나보다 허허)


5.

면접이 다 끝나고 회사를 출근하려고 짐을 챙기는데 메일이 하나 도착했다. 같은 회사, 다른 사람.

방금 면접을 본 라고님 아니시냐고, AD랑 TA랑 다 너를 맘에 들어하니 다음 인터뷰를 진행해보자는 이메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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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이제 저녁시간이라 저녁을 먹으러 가야하니 이만 줄여야 할 것 같다.

2편에서 투 비 컨티뉴!


(질문은 언제든지 열려있으니 방명록 혹은 댓글란을 이용해주세요🙂 )

 



 

  1. 2019.03.15 23:38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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