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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해외생활)/Vancouver(밴쿠버)

캐나다 게임회사 합격 후기(1)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정리해야 할 지 모르겠다.

면접봐서 게임회사에 합격한 이야기? 아니면 그 전에 준비한 이야기?

캐나다에 왔던 날부터 시작해야할까? 아니면 한국에서부터 시작해야할까.

어쨌든 나는 캐나다 서부끝 시간으로 23일 저녁 5시에 캐나다에 위치한 게임회사로부터 (비자지원을 포함한)최종합격 통지서와 오퍼레터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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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캐나다에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왔고, 이미 한국에서 3년 10개월의 게임회사 경력이 있는 상태였다.

준비할때는 북미취업가이드북(링크)을 보며, 나도 북비취업 할수있을꺼야! 라는 자신감만용을 가지고,

외국이다!!! 이러면서 출국 했는데....(철없음...)

막상와서는 처음 예산은 (노느라)다 썼지, 게임회사들은 면접조차 보지못했지, 월세를 벌기위해 홀서빙 알바를 하다가 영어못한다고 잘리고...

간신히 주방보조 아르바이트를 잡아서, 매일매일 전엔 잘 하지도 않던 주방일을 하며 하루에 10시간씩 서서 일했다.


다행이도 사는곳에 전부터 알던사람이 있어 마음기댈 곳은 있었지만, 

정말 내가 무엇때문에 여기에 왔는지, 내가 얼마나 멍청하고 철이 없었는지에 대해, 참 여러가지 생각이 들더라.

그래도 내가 가진 경험과 경력을 북미에서 이어갈 수 있게 시도해보자는 생각은 사라지지 않았고 계속 꾸준히 이력서를 넣고

남는시간엔 (주로 놀았지만) 게임쪽 작업도 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편한것만 좋아하고 게으르고 나태한 인간이었다.(지금도 그렇다)

작업을 시작하면 마무리 짓는게 없었다.

예전에 폴리카운트(링크) 라는 사이트에서 유저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열리던 먼슬리챌린지(Monthly Challenge)가 있었는데,

매달마다 원화를 한두장씩 선정해서 그걸 작업해서 사이트에 올리고 유저들끼리 피드백을 해주곤 했었다.

나는 그걸 이용해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었고 꽤 많은 진척도 있었다.

근데 내가 정말 게으르다는게, 난 한달안에 어떤 챌린지도 끝내지 못했다.

시작한건 많은데 하나도 마무리짓지 못하고, 

얼마전 그 챌린지를 이끌어나가던 유저가 마감을 선언해서 더이상 그 챌린지는 없어졌다.

(혹시 다른 유저가 이어서 하고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잘 모르겠다.)


그렇게 반년 가까이를 공부도, 포폴도 아닌 삽질만 하며 보내다 

결국 남자친구의 조언(혹은 협박 ㅋㅋ - 넌 그렇게 해선 절대 완성 못해..같은...)으로, 

방향을 돌려 혼자 작은 게임을 두개 만들었다. (이건 차후에 자세히 이야기 하겠음)

개발하면서 페북에 유니티 개발자 그룹이나 

인디게임 개발자 그룹같은곳을 찾아서 구경도하고 막힐땐 물어보기도 하고 그렇게 최근 몇달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날, 지난 1월 4일 즈음이었던것 같다.

유니티 개발자 그룹에서 글로벌 게임잼 신청을 10일까지 받는다는 글을 보았다. 뭔가 재미있을것 같았다!

게임잼이란, 전세계 사람들이 한가지 주제로 동시에(는 아니고 각자 타임존에 맞춰) 2박3일동안 한 장소에 모여 게임을 개발하는 이벤트다.

사는곳 근처에 열리는곳이 있나 위치를 찾아보니 별로 멀지않은 곳에서 신청을 받고있었다. 바로 신청하고 날짜를 손꼽아 기다렸다.


행사가 열리기 1주 전쯤 이었을까? 메일이 한통 왔다. 게임잼 시작전날 술파티가 있으니 참가하라는.

후원 회사들이 있어서 입장도 무료고(하지만 술은 사먹어야했지!)해서 이것도 "재미있겠다!" 이러면서 참가신청을 했다.


이 근래에는 다니던 알바도 몸이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 아무데도 안나가고 혼자 개발만 하던때 였었기에, 정말 사람들이 만나고 싶기도 했었고...


술파티는 막상 가보니 어중간한 크기 펍 2층을 빌려서, 좁은 공간에 정말 엄청 시끄럽고 사람도 많았다.(50~70명 정도)

반쯤은 게임잼에 참가하는 사람들, 반쯤은 게임잼과 술파티를 지원하는 회사들에서 나온 사람들이었다.

처음엔 왜 회사사람들이 여기에 나오나 했는데, 리쿠르팅(채용)을 목적으로 왔다고 하더라.

(처음엔 좀 놀랬다. 이런데 오는 사람중에 쓸만한 사람들이 많단말야?)


그리고 나도 거기서 지금 내가 합격하게 된 회사 사람들을 만났다.


술집에서 이야기를 하는데

아직은 영어가 좀 짧은데다가 장소가 미친듯이 시끄러워서 (안그래도 못알아듣는데 더 안들림) 

고래고래 "쏘리!!!"를 연발하면서 이야기 하긴 했지만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여기선 (자리가 자리이니 만큼)처음 만나면 반갑다는 인삿말 다음에 주로 "넌 뭐하는 사람이야?(어떤일을 하니?)"를 물어보더라.

내가 할수 있는 말이라곤, 백수라던가, 직장을 찾고있다던가, 이런 이야기 뿐이었는데.

어떤 사람이 내 포지션을 물어보더니 자기네 회사에 지금 그 자리가 비어있어서 사람을 찾고있다는 이야길 하는게 아닌가?!

나름 놀라서 그러면 꼭 지원해보겠다고 했더니 명함도 받았었다.


나는 캐나다에 처음에 올때부터, 아니 오기전부터 꾸준히 게임회사에 보낸 이력서가 수 십장(백개 넘을수도)이 된다.

그중에 반은 그나마 서류탈락이라며 메일이라도 받았고, 나머진 무응답. 딱 한군데 면접까지 갔었지만 금새 탈락했다.

지금 캐나다 온지 10개월정도가 되어가는데, 난 정말 심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거의 이쪽취업을 포기한 상태였다.

이번에도 여전히 떨어지겠지라는 생각으로 파티 후 집에 귀가해서 거의 포기한 상태로 이력서를 넣었다.

(오죽했으면 이력서도 따로 안쓰고 자기소개서도 안쓰고 그냥 링크드인(이력서 사이트)으로 지원할 수 있는 버튼이 있길래 그거눌러서 신청했다.)

그리고 푹 자고 게임잼에 나갔다.


게임잼은 오후 서너시쯤 문을 열었고, 나도 그쯤 도착했다.

팀이 만들어지고 주제가 발표되기 전까진 할일이 없어 공용인터넷에 연결된 노트북으로 웹서핑을 하고있었는데 

헉; 어제 지원한 회사에서 메일이 왔다!!!!!!

근데 내가 근래에 쓰는 계정이 아니라 예전에 쓰던 계정으로 와있는게 아닌가. 

그 이유가 뭐였냐면

내가 링크드인 지원을 했을때 이게 정말 링크드인 이름 정보만 간 모양.

회사쪽은 링크를 타고가서 살펴보는데, 포폴은 그림이니까 대충보니 마음에 드는데

링크드인엔 연락처도 없고, 죄다 한글이고(사실 영어페이지가 있지만 한글이 기본페이지라....)해서 

링크드인 기본 기능중에 계정으로 메세지 보내기가 있는데, 그걸로 나에게 메세지를 보내니까 그게 내가 전에 설정해둔 메일로 날아온것.


그리고 결론은 나한테 정말 너 지원하고싶으면 다시 이력서랑 포폴을 보내달라는 이야기였다. 

(메일 머리에 이 메일주소가 제발 작동하길 바란다는 말이 적혀있었다)

깜짝놀라서, 바로 예전에 적어둔 이력서를 수정해서 답장을 보냈다. 


그리고 이 때 사실 좀 많이 놀랬다.

내 포폴이 마음에 든다고 여기와서 처음 와서 들은 이야기였고(내 마음에도 안드는데 누구마음에 들겠냐 생각도 했고) 

그걸로 간절해 보일정도의 메일을 보내오다니... 이거 끝까지 붙을 가능성있어 보이는데?! 싶어서 내심 기대를 했더랬다.


그리고 게임잼을 마치고 집으로 오고 몇일이 채 지나지 않아 1차면접을 보자는 연락을 받았다.

그때 기분은 우오오오오오 드디어 제대로 된 게임회사 면접을 보러가는구나?! 하는 기대와 흥분으로 가득했다.

면접 일정도 바로 그 다음주였던가로 제법 가까운 시일에 잡혀서, 혹시 이분들이 급한게 아닐까 하는 기대감도 더해졌다.


면접은, 회사 방문 후 회의실로 안내받아 거기에서 아트쪽의 두명의 면접관들과 챙겨간 포트폴리오들을 보며 간단한 대화를 했다.

주로 전 회사 작업이나 전 회사 경험 관련된 이야기였고, 요새 좋아하는 게임 이라던가, 최근 혼자 만들어서 마켓에 냈던 게임들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사족이지만 현재 한국에서 제일 유명한 게임이 엘오엘이라고 했더니 정말정말 놀라는 눈치같았다.

면접 안내 메일에는 면접시간을 한두시간정도 예상하고 오라고 했었는데, 

내가 영어가 부족하다보니 수다떠는게 힘들어서 30분만에 끝나버렸고, 면접관들이 약간 곤란해 하는것 같았다.

뭐랄까... 할 이야기는 다 한거같은데 시간이 이것밖에 안지났어?! 같은.

그래도 좋은 분위기에서 면접을 마무리짓고, 스튜디오 한바퀴 둘러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1차면접을 보고 하루인가 이틀인가가 지나고 바로 다음주 2차면접 일정이 잡혔다. 

정말 나 붙나? 붙는거야? 그런거야?! 하는 기대심에 마음도 붕 떠버리고, 전에 만든 퍼즐게임 후속으로 개발하던게 있었는데 진도가 나가질 않더라.

그렇게 어영부영 한 주를 보내고 2차 면접을 갔다.


1차면접이 기술면접이었다면 2차면접은 (회사 왈)성격이 모나지는 않는지 회사에는 잘 적응할 사람인지를 보는 면접이었다.(인성면접이라 할까?)

처음으로 들어오신 두분은 1차면접때 만났던 시니어 아티스트와, 이번에 처음 보는 테크니컬 아티스트였다.

주로 했던 이야기는 전에 했던 일들, 전회사 이야기, 왜 게임업계에 들어왔냐 등 해서 거의 1차때랑 비슷했고.

TA가 끼어서인지 프로그래밍을 좋아한다는 이야길 들었다고(이력서에 플밍관련이 적혀있다)해서 그쪽 관련 이야기를 조금 하고

그리고 저번에 보여줬던 혼자 퍼블리싱한 게임들을 보여주니 TA가 정말 무지 좋아했다.


잠시후 그 두명이 나가고 다른 두명이 또 들어왔다.

이번에들어온 사람은, 바이스 프레지던트(인사과 팀장정도?)랑 스튜디오 총괄.

주로 들어와서 했던 질문들이 이전하곤 사뭇 달랐는데,

왜 우리회사를 선택했느냐 라던가, 앞으로 5년의 계획을 순차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겠느냐 라던가, 

팀이 작아서 여러사람이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개발을 진항하게 되는데 그런 분위기를 좋아하느냐 같은 류였다.

이 회사는 나름 유명한 회사였기때문에, 나는 여기서 일하게 된다면 내 자신이 자랑스러울 것 같다고 말했었고, 

미래의 계획도 TA를 목표로 하고있어서 그에 관련된것들을 준비할것이라고 말했더니 굉장히 반기듯? 놀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난 (언어만 편하다면)정말 게임개발에 참여하며 소통하는걸 좋아하기 때문에 그부분은 문제없다고 했다.


마지막으론 비자이야기를 주고받았는데, 이 부분은 아직도 조금 후회같은게 남는다.

면접관이 말이 조금 빨랐던 관계로 내가 100퍼센트 이해하지 못했는데도 "예스"하고 넘어간 부분들이 있어서,

그 부분은 일단 첫출근하면 다시 이야기 해봐야 할 듯 하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선 아무 문제가 없긴 했었지만 그래도 이런이야기는 잘 들어두도록 합시다 ㄷㄷ)


그렇게 2차 면접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전철을 타고 들어가는데, 아 이번엔 정말 붙겠구나 라는 확신이 들더라.

근데 또 캐나다 사람들은 정말 예의가 바르기땜시.. 속단할수는 없고, 그냥 마음만 붕 뜬채로 마지막 최종 합격만 목이 빠져라 기다렸다.